권력의 정점에서 믿을 놈 하나 없다. 더 킹 : 헨리 5세

1

영화 제목을 듣자마자 1989년 작 ‘헨리 5세’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케네스 브레너가 한창 파릇파릇하던 시절에 셰익스피어 원작을 바탕으로 각본, 감독, 주연까지 커버하면서 만든 영화였는데, 중학생 때 봤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잘 기억이 나네요. 북 치고 장구치고 노래까지 하는데 셋 다 웬만큼 실력이 되니 환장할 노릇입니다. 특히나 아쟁쿠르 전투를 앞두고 병사들 앞에서 연설하는 대사는 누가 저한테 지금까지 본 영화 명대사를 몇 개 꼽아보라면 반드시 언급할 만한 내용입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이상하게 네이버 평점이 낮은데, 개인적으로 진짜 여러 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역으로 잠깐 등장했다는 크리스찬 베일을 찾는 재미도 있고 말이죠. 전 아직 못 찾았습니다만…

서론이 쓸데없이 길었습니다. ‘더 킹 : 헨리 5세’는 앞서 언급한 ‘헨리 5세’와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 원작을 영화로 옮긴 영화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명백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많은 부분이 각색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전 영국 사람도 아니고 원작을 본 적도 없으니까요(마침 ‘나랏말싸미’가 떠오르네요).

2

스포가 많습니다.

영화는 의도치 않게 권력의 정점에 오른 사내의 성장기를 보여줍니다. 지도자의 혈통을 거부하고 애써 방탕한 생활을 살아온 주인공 할은 하루 아침에 의도치 않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국의 왕이 되어 버립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순탄치 않습니다. 과거의 온갖 기행들 때문에 신하들로부터 인정받기는 커녕 술꾼 내지는 꽐라 취급이나 당하죠. 주변국의 왕들은 대관식 파티에 조롱 섞인 장난감들을 공들여 포장해 선물이랍시고 바칩니다. 다행히 본성 자체가 지나치리만큼 냉철하고 소신있는 탓에 자신을 좌우앞뒤로 흔들어 대는 온갖 난기류들에도 불구하고 선대 왕인 아버지가 헤집어 놓은 일반쓰레기 봉투를 꽤나 수려하게 분리수거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아쉽게도 집안 정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집에서 인정받으려면 나가서 돈을 벌어 와야죠. 결국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대의명분을 찾아 나서고, 승리가 불가능한 전투에서 목숨을 내놓고 처절하게 칼춤 추면서 어마어마한 인센티브를 수령해 왔습니다. 이제 진짜 집안의 가장…아니, 영국의 왕으로 인정받은 순간에, 안에서부터 싸그리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토록 믿고 의심치 않았던 자신의 정의가 결국은 만들어진 허상에 불과했고, 충성스러운 조력자는 충신이 아니라 거의 뭐 최순실이었습니다. 평생을 믿어온 유일하게 친구라 부를 만한 사내는 자신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다 결국 먼저 요단강 건넜습니다. 이제 의지할 사람은 자신이 무너뜨린 적국의 공주이자 아내가 된 낮선 여인밖에 없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게 될 영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인데, 영예롭고 기쁘기는 커녕 처절하고 철저하게 쓸쓸합니다.

3

출연진들이 화려합니다. 그런데 정말 기똥차게 잘 캐스팅했습니다.

주인공 할 역할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는 아예 난생 처음 본 배우인데, 캐스팅한 사람 상 줘야 된다고 봅니다. 첫 인상만 봤을땐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사는 과묵하고 유약해보이는 청년’ 이미지였습니다. 얘가 전투씬에서 칼질은 잘 하려나…싶을 정도였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미묘하게 날 선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후반부로 가서는 그토록 비난해 마지않던 아버지가 지녔던 광기와 잔혹함도 조금씩 튀어나옵니다. 이 양 극단의 모습을 너무나 설득력있고 자연스럽게 묘사하면서 감정이입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잘 생겼습니다. 인정.

할의 조력자 존 역할을 맡은 조엘 에저튼을 빼 놓을 순 없죠. 극을 메인으로서 이끌어 가는 역할은 아니지만 비중이 상당합니다. 필력이 딸려서 적절하게 묘사하기는 힘들지만, 비유하자면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알프레드 + 폭스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방황하는 주인공을 이끌어 주는 멘토 같은 인물이죠. 할이 마지막 장면에서 무너져 내리는 순간에 존의 부재를 가장 뼈아프게 안타까워하게 되실 겁니다. 조엘 에저튼은 각본과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하는데, 이제 이 양반 이름 써 있는 영화는 고민 안 하고 그냥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트와일라잇 얘기 그만 해도 되겠는데요.

로버트 패틴슨은 이제 그만 까도 될 것 같습니다. 진짜 싸가지없으면서도 잔혹해 보이는 중간보스 역할 정말 잘 소화했습니다. 극 중 프랑스 황태자임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발음의 영어로 대화할 것을 고집하면서 영국을 시도 때도 없이 까는데 이게 꽤나 재밌습니다. 여기서는 명품 조연이에요.

근데 이 분 영국 사람이었죠 아마…

4

영화를 보고 나니 뜬금없이 체스가 생각났습니다. 체스에서 확실히 왕은 가장 중요한 말임에 틀림없습니다. 근데 막상 체스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별 거 없죠. 옆에 늘어선 다른 말들은 좌우 사로 하나씩 먹고 전후좌우 대각선으로 64칸을 조지고 다니는데 말입니다.

맨 처음 언급했던 ‘헨리 5세’와 비교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만, 예상했던 영웅의 일대기와는 전혀 방향이 다른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중세 영국과 프랑스 간 전쟁과 그 중심 인물들을 소재로 삼았을 뿐이고, 실제로는 휘몰아치는 권력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낱 장기말처럼 소비된 젊은 사내의 고뇌와 방황을 다룬 정치 드라마 같았습니다.

제가 권력의 정점에 설 날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화 보고 나니 출세해도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을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말로 안타깝고 쓸쓸합니다. 그 기분을 정말 잘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소린지…

아버지의 시계

요즘 취미생활로 시계를 배우러 다니고 있습니다. 매 주 기계식 시계의 심장,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하는 ‘무브먼트’를 전부 뜯어내고 조립해 보고 있는 중이죠.

타임랩(홍성시계)에서 진행하는 4주간의 시계 교육 강좌(기본과정)를 수강한지 3주가 지났고, 이제 마지막 주 교육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이 지나면 수료증과 함께, 교육 기간 동안 직접 만든 시계가 제 손에 들어올 예정인데요. 잠 더럽게 안 오는 화요일 밤에, 문득 어쩌다 이렇게 시계라는 취미에 빠져들게 되었는지 지난 날을 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가을이라도 타나…

뜯는 남자의 뜯는 하루

기억이 정확하다면, 아마도 한창 고등학교 다니면서 바보짓하던 때일 겁니다. 저희 부자의 출근과 등교 시간은 모두 아침 7시로 정확히 겹쳐서, 종종 버스 정류장에서 함께 버스를 기다리곤 했는데요.

방학을 앞둔 어느 추운 겨울 날, 갑작스레 아버지 손에 처음 보는 시계가 올려져 있어 유심히 살펴봤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검푸른 광택이 감도는 전면 유리, 쇳덩이를 조각해 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수려한 실루엣을 가진 시계 외형, 물 흐르듯 부드럽게 흘러가는 초침을 처음 본 순간 저는 거의 맛이 갔던 것 같아요.

뭔가 범접할 수 없이 신비로운, 마치 어른의 상징과도 같은 어떤 것을 동경하는 아들의 눈빛을 알아채셨는지, 아버지께서는 시계를 풀어 아들 왼쪽 손목에 채워 주셨습니다. 금속의 차가운 감촉을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따끈따끈 하더군요.

아마도 그 겨울날의 경험이 없었다면 제가 이 지경(?)까지 안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가끔 해 봅니다. 너무 과한 표현인가요?

왼쪽이 그 문제의 시계입니다. 아니 대체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시간은 참 빠르더군요. 어느 순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도 하고… 이제 아버지처럼 진짜 어른이 되었다는 기념으로 세이코(이 시국에) 시계를 구입했습니다. 이후 이 쪽 분야에 정신없이 빠져들면서 대충 13~14개 정도의 시계를 모아들였고, 어느덧 의젓한 덕후가 되어 버렸네요.

아버지가 시계 취미를 정리하시면서, 고등학교 시절에 아버지가 차시던 시계들도 제가 전부 인수했어요. 이제는 제가 가장 아끼는 물건들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시계를 차고 다니시더라도 딱히 시간이나 날짜를 안 맞추는 스타일이셨는데, 웃긴 건 저도 똑같이 시간, 날짜 다 안 맞추고 다니고 있네요. 확실히 유전자의 힘이라는 게 있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시간과 날짜는 핸드폰으로 보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 추가로 시계 교육을 받는 동안, 별도로 무브먼트와 케이스 등등… 시계 조립을 위한 재료들을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부품들이 바다 건너 날아오면, 약 두세개 정도의 시계를 당장 조립할 준비가 끝날 예정인데요. 이것들로 처음 만드는 시계는 아버지한테 선물해 볼 예정입니다. 오래 전 시계 생활을 접으신 아버지한테 다시금 열정의 불꽃을 활활 피워 드릴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아서 플렉의 비극적인 일 주일. 단체 조커 관람기


포스터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신다면 당신 착각입니다.

1

개봉 당일인 10/2 수요일 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싸롱 멤버 3인과 게스트 1인(반가워요 Dave!)이 서현 메가박스 앞에 집결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뭐 이 정도 기대작이면 개봉 당일날 봐줄만 합니다.

2

상당히 만족스럽고, 즐기기 어렵지 않은 영화였습니다(바로 이전에 관람한 영화가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였습니다. 상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에 핏발 세웠던 거에 비하면야…). 다만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한 마디 남기려면 상당히 심란할 거에요. 유튜브에 올라온 리뷰어 분들의 영상을 몇 편 찾아보실 것을 추천드려 봅니다.

3

저는 한 달 전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금연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관람 직후 금연에 실패했습니다.

이 아래부터는 애매하게 영화 내용을 좀 언급할 예정입니다. 아직 영화 안 보신 분들은 여기서 돌아가세요.

4

대한민국 막장드라마에서 밥먹고 똥 싸듯이 빈번하게 언급되는 주요 장치가 이 영화에서도 등장합니다. 다만 막장드라마 버전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반전에 반전을 가하면서 이 장치의 사실관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모호하게 열린 해석을 관객에게 제공하지요(마침 이에 대한 영상이 유튜브에 넘쳐나고 있더군요). 그리고 영화 후반에서 결국 이 장치의 진위여부는 뭐 어찌 되든 상관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딱히 막장드라마를 까려는 것도 아니고 저도 막장드라마 참 좋아합니다만, 같은 장치를 이렇게 세련되게 사용한다면 좀 더 몰입해서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5

4번과 연관된 내용입니다.
필적 감정 가능하신 분들이 주변에 계시다면 꼭 같이 영화를 관람하세요.
만약 없다면, 캘리그라피 배운 분들이라도 좀 모셔가세요.

6

아서 플렉의 고난은 개인적으로 경험했거나, 또는 관찰자로 바라봤던 비참했던 사건이나 상황 몇 가지를 떠올리게 해서 마음이 조금 괴로웠습니다. 몇몇 장면에서는 주인공을 아예 응원하고 싶더군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서 자신을 둘러싼 문제의 원인들을 해결(…)해 가는 모습과, 억눌린 분노를 폭발시키고 새로운 상징으로 완성되는 장면에서는 죄의식으로 충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겁니다.

물론 주인공이 잘 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7

(아서 플렉을 제외하고) 극중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약간의 조롱, 약간의 경멸, 약간의 책임 전가, 약간의 쌀쌀맞음, 약간의 방관을 저질렀을 뿐이죠. 그리고 아주 다 같이 절단이 났죠. 모두 사이좋게 비극적인 사건의 책임에 대한 지분을 나눠 갖게 되었습니다.

어설픈 코미디를 보고 조롱거리로 삼는 대신 약간의 응원 한 마디라도 해 줬다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울먹거리며 찾아온 사내를 한번 안아주기라도 했다면,
뭐 누구든 어찌 됐든 손 한번 잡아주고 응원 한 마디라도 건네 줬다면
이 정도 파국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약간의 호의조차 인색한 세상이지만,
내일부터는 조금이나마 착하게 살아봐야겠다 다짐해 봅니다.

진짜 초등학교 독후감같은 결론을 써놓고 보니 조금 낮뜨겁네요…

뒷풀이는 역시 술 + 오늘만 담배.

풍산개 농장에는 찐 짬뽕 맛집이 있다 !!

언더살롱 식구들 안녕하세요.
공사다망하신 식구들을 위해 데이트 코스 하나 추천 드립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화재가 될랑 말랑 하고 있는 풍산개 농장 입니다.
전 두괄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결론 먼저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구 귀여워 으냥냥 ◟( ˘ ³˘)◞ ♥ “

네 귀엽습니다.
분당 기준으로 1시간 왕복 2시간 투자 할만한 귀여움 입니다.
하지만 차량에서 내리자 마자 코끝으로 전해지는 진한 강아지 쩐 냄시가 먼저 반겨줄 겁니다.
비위 약하신 분들은 미리 조심 !

그리고 풍산개 마을 들어가는 입구에 짬뽕 전문점 꼭 방문하시길 추천 합니다.
엄청 진하고 감칠맛이 나는데 그 원천이 다시다가 아닌게 차밍 포인트 였습니다.
풍산개 마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짬뽕 때문 일거 같습니다.

사진 첨부 하고 이만 사라지겠습니다.
짬봉 사진은 먹느라 못 찍었습니다.

요약 : 당일 치기 이색 데이트 코스로 안성 맞춤 !! 짬뽕 필수 😉


국밥 한 그릇을 먹어도 왕처럼 먹어야겠다. 이남장 정자점 설렁탕

식사를 밖에서 혼자 해야 할 때면, 카드 한도가 허용해 주는 한에서 돈 아끼지 말고 최대한 기분 좋게 먹자는 게 제 철칙입니다. 저녁 한 끼 왕처럼 먹고 싶은데 마침 국밥이 끌려 간만에 방문한 이남장입니다. 마침 싸롱이 같은 골목으로 이사오기도 했으니 앞으로 더 자주 찾게 되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사연이 참 많은 가게입니다. 여자친구와도 자주 방문했구요. 서울에서 퇴근 후 분당까지 찾아와 준 고등학교 친구, 호주에서 한국까지 출장 중 굳이 분당을 들러 준 친구에게 니들 인생 최고의 설렁탕을 기억에 남겨주겠다며 대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하나 더 있네요. 설렁탕이 막 나왔는데 회사에서 장애가 터져서 뚝배기를 눈앞에 두고 한 시간동안 장애 대응했던 일이 있습니다. 다 식으니 맛이 묘하더군요. 허허허허

만약 이남장에서 설렁탕 한 끼를 드시고 싶다면, (성인 남성 기준으로) 반드시 ‘설렁탕 (특)’을 주문하실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주방에서 조리가 완료되어 나오면 거대한 고깃덩어리 하나가 설렁탕 뚝배기에 한참 반신욕 중일텐데요. 이모님들께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잘라서 서빙해 주십니다. 함께 나오는 소스에 고기 한점한점 절여 드시고, 적정 시점에 밥을 말아서 마무리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요번에 처음으로 면 사리를 추가해 봤는데 진작 할 걸 그랬네요.

고기가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이 있음.
사진이 모두 옆으로 뒤집어졌는데 수정하기 귀찮습니다.
고개를 왼쪽으로 꺾으시면 더욱 선명히 보입니다.

주변의 다른 가게들보다 조금 일찍 닫는 편이니, 퇴근 후 방문하시려면 서두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약 9시 전후로 마감하는 것 같더군요. 일요일도 휴무일이니 참고하시구요. 가게 앞 주차공간이 넉넉히 있으니 차로 방문하시기도 좋겠습니다. 다만 주차장이 만석인 경우는 답이 없으니 주의하세요. 이 동네는 주차 지옥이니까 각오하셔야 합니다.

이 포스트는 제 월급통장과 체크카드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연휴를 되돌아보며

추석 당일 새벽 용인에서 제사를 지내고 바로 정자동으로 향했습니다. 모처럼 날도 좋은 관계로 마냥 늘어져서 못 잔 잠이나 마저 낮잠으로 메꿀 생각이었는데, 막상 싸롱에 도착해보니 저 혼자만 게으르고 나머지는 다 부지런한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몇 시간만에 뚝딱뚝딱 천장 레일 조명과, TV 뒷쪽 간접 조명, 마지막으로 Fire TV까지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고생 많았던 추석 당일날 작업 현장 사진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넷플릭스 타임…이제 주구장창 눈과 귀를 혹사호강시킬 일만 남았습니다.

차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나이 먹고 다시 보는 사이버 포뮬러

1996년에서 바라본 2019년의 헤어스타일.

며칠 사이, 언더싸롱에 틀어박혀서 한 고전 애니메이션을 주구장창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저와 동년배인 분들은 꽤나 익숙한 이름일텐데요. KBS 2TV에서 ‘영광의 레이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SBS에서 ‘사이버 포뮬러’라는 이름으로 후속편이 방영되었던 작품입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최첨단 기술을 쏟아부은 자동차를 모는 레이서들의 경쟁과 우정, 좌절과 암투가 주된 내용인데요.

주인공 카자미 하야토는 어린 나이에 데뷔한 천재 레이서이며, 역시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아버지가 직접 설계한 포뮬러 머신 ‘아스라다’의 드라이버입니다. 전형적인 금수저에 고인물이죠. 이 아스라다라는 자동차에 대한 설정이 상당히 참신합니다. 엄밀히 말해 ‘아스라다’는 자동차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고, 이 자동차에 탑재된 AI를 지칭하는데요. 레이스를 진행하는 와중에 드라이버인 하야토와 AI인 아스라다는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류하면서 전술적으로 행동하고, 경주 중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이슈를 풀어나가기 위해 서로 대립하고 부딪혀 가면서 최적의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스라다도 기술적인 도약을 이루지만, 주인공 하야토도 실력 상승과 더불어 인격적인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솔직히 중반부 주인공 인성이 그닥 좋은 편은 아니에요. 머신러닝도 하면서 인성도 오져지는데 이거야말로 창조경제 아니겠습니까.

모터스포츠를 테마로 하지만 소년만화 내지는 능력자 배틀물(?) 성향이 뒤섞인 만큼, 다양한 악역들이 등장하는데요. 가장 인상적인 악역 중 하나는 ‘필 프리츠’ 입니다. 프리츠 역시 동일하게 인공지능이 탑재된 ‘알자드’라는 머신의 드라이버인데요. 이 알자드의 컨셉은 아스라다보다 더욱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알자드는 기본 성능 자체가 아스라다보다는 몇 수 위에 위치하는데요. 어마어마한 성능을 바탕으로 모든 상황을 자기가 판단하고 통제합니다. 드라이버의 의견은 아예 묻지도 않아요. 그럼 뭐 이 차는 요즘 나오는 자율주행 차량 쯤 되는건가 싶으실 텐데, 그렇게 보기도 애매합니다.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되죠.

알자드는 주행 중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드라이버인 프리츠에게 무려 ‘명령’을 내립니다. 문제는 프리츠에게 거부권이나 자유의지 같은 건 없어요. 운전석에 앉아 양 팔 다리에 기계 팔이나 광케이블 같은 걸 잔뜩 장착하고 알자드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알자드가 ‘왼쪽으로 핸들 반 바퀴 꺾어라’ 하고 명령을 내리면, 프리츠의 팔에 전기적인 자극 같은 걸 보내서 핸들을 꺾게 만듭니다. 알자드의 명령에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프리츠는 정기적으로 신경계통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을 투약합니다. 빠른 속도에 무감각해지게 만드는 패시브 효과도 있죠. 익히 예상하시다시피 사이드이펙트는 상상을 초월하며, 시즌이 계속될수록 프리츠의 육체와 정신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갑니다.

꿈도 희망도 없는 악역의 마음을 표현할 적절한 이미지가 없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당신이 썸녀랑 카톡으로 분위기 잘 타고 있는데, 중요한 순간마다 시리나 클로바 따위가 제멋대로 여러분의 손가락을 조종해 카톡을 보내서 킬링 멘트를 날렸다고 생각해 보세요. 관계가 잘 풀리든 아니든 결과와 상관 없이 기분은 좀 많이 더럽지 않을까요…

이 애니메이션은 1996년에 제작되었고,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근 미래는 재밌게도 2015년~2019년에 해당됩니다. 과연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동반 성장을 이루게 될까요, 아님 기술로부터 도태될까요. 어릴 적에는 아무 생각 없이 즐겼던 애니메이션인데 대가리 크고 보니 시사하는 바가 참 많은 작품, 사이버 포뮬러였습니다.

UnderSalon 시즌 1.0

따로 또 같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무목적-다목적 공간

언더살롱은 2017년 위 슬로건과 함께 시작된 모임으로 네이버 입사 동기 및 분당에서 나고 자란 청년 7명으로 시작 했다. 그 마지막 2019년에는 12명으로 늘어 났으며, 지나간 친구들 까지 합치면 2년 동안 총 20명이 참여한 모임이다.

보통은 잉여스러운? 놀자 모임 이지만 언더싸롱 presents: 오픈세션/ 즐거운생활 을 통해 무료한 일상속에서 특별함을 직접 기획 할 수 있던 실험적인 공간으로 필자는 회고한다. 그 기록은 아래 Wiki에 남겨 두었다.
>> 위키 링크